최근 한국의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언급된 미국의 언론 매체 더 힐(The Hill)의 기사가 언급되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더 힐'이라는 매체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신문사 겸 디지털 미디어 회사로 1994년에 설립되었으며 미국에서 가장 큰 독립 정치 뉴스 사이트입니다. 여기에 한반도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는 일리노이 대학 최승환 교수의 글 중 일부가 이번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회자된 것인데요, 그 전문을 발췌하여 왜 한국 대선에 이 글이 이슈가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기고한 최승환 교수는 더 힐의 외부 논설위원으로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에서 국제 관계와 한국 정치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최승환 교수는 미국 사관학교 출신으로 "다가오는 안보 위협: 아메리칸 지하드, 테러리즘, 내전, 그리고 인권" 등 이외 여러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아래는 지난 2월 9일 '더 힐'에 기고된 최승환 교수의 기사 전문입니다.
출처: THE HILL
최근까지 나는 한국의 상황을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아무리 북한이 도발을 하더라도 미국이 서울에 군대를 주둔시키는 한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대답해왔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어두운 그림자는 나로 하여금 그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한반도에 2번째 전쟁을 발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아래와 같이 네 가지로 요약해 보겠다.
미국의 군사력 약화는 한반도에 위험한 힘의 공백을 만들고 있다. 미국은 더이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미국의 세계 안보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성급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는 이런 약화된 헤게모니의 예시이며 미국이 안보 우선권 순위를 재조정하려는 전조에 해당한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나토 확장을 향한 야욕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위대한 러시아"를 위한 그의 야망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제한된 군 사력을 동유럽으로 재배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반도는 이 재배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에서의 안보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우산의 수준을 낮출 수 있고, 이것이 북한의 리더 김정은으로 하여금 한반도를 넘보게 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
바이든의 외교 전략팀은 이전처럼 북한을 외교적으로 잘 다루지 못하고 있다. 국무부 장관인 안토니 블린큰과 국가 안전 보장 담당 대통령 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반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이란과 연관된 문제에 관해 한번도 북한과 대화를 주도한 적이 없다.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국무 차관인 다니엘 크리튼브링크는 좀 더 적극적으로 북한과 조건 없는 외교 관계를 추진하고자 하는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과거 북한에 대한 제재를 주장했던 매파인 필립 골드버그를 한국의 대사로 선택함으로써 바이든은 김정은에게 대립의 신호를 주고 말았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위해서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경제 제재를 풀고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김정은은 호의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바이든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은, 자신이 중국의 경제 제재를 염려하듯이 김정은도 똑같이 미국이 북한에 경제 제재를 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 이후로 북한의 군사력은 핵무기의 급속한 진전과 함께 훨씬 더 강력해져 왔다. 미국와 한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국가 안보를 위한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김정은은 "눈에는 눈"이라는 하나의 외교 메세지를 통해 적에게 아주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은 그의 통치를 위해 불명예를 안고 생존하는 것보다는 "눈에는 눈" 전략에 따라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은 김정은에게 리비아의 가다피와 이라크의 후세인 같은 다른 독재자들을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이들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다가 죽임을 당했다. 또한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그리고 카자흐스탄 이 구소련 3국이 1991년 소비에트 공화국이 무너지면서 핵을 포기했다가 경험한 각기 다른 수준의 안보 위기를 잘 알고 있다.
김정은과 앉아서 의미있는 대화를 하려면 바이든은 반드시 혁신적인 한반도 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솝 우화인 "북풍과 태양"을 떠올려 보라. 바람과 태양이 둘 중 누가 사람으로 하여금 코드를 벗게 할 수 있는지 내기를 했을 때 태양이 이겼다. 그렇지 않다면 김정은은 계속해서 핵 미사일을 가지고 놀 것이며 핵을 포기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그의 집권과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다.
한국의 국내 정치가 북한의 상처에 소금을 붓는 격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3월의 대통령 선거에서 만일 보수당인 국민의 힘 후보인 윤석열이 이긴다면, 한국에는 매파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이다. 윤 후보는 27년 동안 모든 것을 흑백논리로 보도록 훈련받은 검사로 지내왔다. 비록 윤 후보가 북한과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고 인도적 차원의 원조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동시에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아주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심지어 서울이 핵 미사일 공격의 위협에 직면한다면 남한이 먼저 평양에 선제 타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과 남한을 합쳐도 겨우 와이오밍 주의 1.16배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 보복으로 핵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이곳에 살고 있는 모든 한국인과 28,500명의 미군은 어디로 피해야 한단 말인가?
미국의 안보 우선권은 언제든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는데, 거기에 북한에 적대적인 매파 한국 대통령까지 탄생한다면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그 어느때 보다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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