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오미크론, 국경 폐쇄만이 답인가?

해외 이슈글

by myplantous 2021. 12. 2. 18:07

본문

지난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새로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미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남아프리카 국가 8개국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고 있는데요, 사실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마다 특정 국가의 입국을 막아라, 혹은 국경을 아예 폐쇄하라는 대중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방역 기술의 차원에서 이런 조처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입국 금지 조치는 효과가 일시적,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더 크다

"입국 금지 조치는 정부 정책으로서는 대중에게 환영받는 조치일 수 있으나 사실상 공공보건의 차원에서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라고 존스 홉킨스의 전염병학 교수인 스테판 베럴(Stefan Baral) 박사는 말합니다. 특히 스페판 베럴 박사는 남아프리카를 정기적으로 오가며 인권적 차원에서 병의 전파와 통제에 초점을 맞춘 조사를 해왔는데요, 정부에서 국경을 폐쇄하거나 입국 금지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사람들이 예정된 발효시기 전에 서둘러 출입국 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공항에서 급속 전파를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입국 금지 조치가 발효되면 48시간 유예기간이 주어지는데요, 이 기간 안에 공항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게 됩니다. 이는 전염병으로 인한 국경 폐쇄가 일어날 때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인데요, 이 사람들이 국가 전체에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슈퍼 전파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증상이 있어도 신고하지 않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합니다. 일단 국경을 통과하기 위해 증상이 있어도 감추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airport under travel ban
여행제한 조치 발효 이전에 국경을 통과하려고 공항에 모이는 사람들

 

남아공에서 처음 확인된 오미크론

이미 형성되어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계까지 피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 11월 23일 남아공에서 처음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남아공은 백신 접종 완료자 수가 겨우 25프로에 달한 곳입니다. 아직 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져 있진 않지만, 남아공의 보건부 장관인 조 파할라(Joe Phaahla)는 오미크론의 감염률이 전국적으로 꾸준한 상승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대응으로 남아공, 보츠와나, 집바브웨, 나미비아, 레소토, 에즈와티니, 모잠비크, 그리고 말라위 등 사실상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에 있는 모든 나라들로부터의 출입을 금했습니다. 이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얻기 전까지 선제적인 조치라고 미국 당국은 덧붙였습니다. 

미국에 이어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영국에서는 남부 아프리카의 10개국을 "레드 리스트"에 올렸는데요, 이 나라들로 부터 오는 입국자들은 추가적인 코로나 테스트와 10일간의 격리를 거쳐야 합니다.

상당수의 EU 소속 국가들은 남아공으로부터의 입국을 금했고, 일본과 이스라엘, 모로코 등은 아예 외국인들에게 국경을 폐쇄했습니다. 호주는 이미 시작되었던 국경 개방을 12월 5일까지 중단했습니다. 

지난주 WHO가 오미크론의 존재를 발표한 이후 미국을 시작으로 호주, UK, 스웨덴, 일본 등 25개국에서 이 변이가 발견되었고 한국도 12월1일 국내 첫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omicron variant
남아공에서 최초로 확인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변이가 계속되는 원인

그런데 네델란드에서는 남아공에서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오기 최소 5일 전 이미 오미크론 변이가 확인되었다고 네덜란드의 보건 당국이 지난 화요일 발표했는데요, 이는 하나의 변이가 공식적으로 발견되는 시점에는 이미 그 변이는 상당수 퍼져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이러스에 대한 부족한 감시감독, 낮은 백신 접종률, 백신의 불충분한 공급 등은 이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미국 최고의 전염병 전문가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오미크론의 발발을 막을수 없다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벌어야 합니다. 우선 오미크론의 특성은 무엇인가, 감염의 방식은 무엇인가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변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안심하고 있다가 갑자기 우리가 준비하지 못한 사이에 새로운 특성들이 나타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WHO, 국경제한은 나쁜 조치?

역사적으로 국경폐쇄 조치는 방역 전문가들에게 비판받아온 조치인데요, 지난해 WHO는 코로나 19 발발로 인한 여행 금지 초치를 "나쁜 정책"이라고 표현하며 난색을 표한 적이 있습니다. WHO는 국경 폐쇄가 국가들이 팬데믹에 대해 경향성을 모니터링하고 서로 협력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공공 보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조사결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더욱이 국경 제한은 필요한 도움과 기술적 지원을 방해하고 더 나아가 사회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물론 국경폐쇄가 전염병 발발 초기에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 바이러스가 전국화 되면 그 효과가 대폭 떨어집니다. 더구나 현대 사회는 자급자족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국경이 폐쇄되어도 재화와 용역이 이동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국경 폐쇄로 바이러스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WHO도 60세 이상의 노령층에게는 오미크론의 위험에 대비하여 여행계획을 미루라고 권고했습니다. 

아프로포비아(Afrophobia)

각국의 여행 금지 조치에 이름을 올린 남아프리카의 나라들은 연일 이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남아공 대통령인 시릴 라마포사(Cyril Ramaphosa)는 연설에서 아래와 같이 비판했습니다. 

"여행금지 조치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지도 않고 변이의 확산을 막는데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여행금지 조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해당 국가의 경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국가들의 대응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일 뿐입니다."

또 말라위 대통령이자 남부 아프리카 개발 위원회 의장인 라자루스 차퀘라(Lazarus Chakwera)는 그의 페이스북 포스트에서 세계는 오미크론을 발견한 남아공 과학자들에게 감사를 표해야 하며 이번 여행금지 조치는 아프로포비아(Afrophobia: 아프리카 공포증) 일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차퀘라는 계속해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 모두 새로운 코로나 변이에 대해 걱정하고 있고 그 어느 누구보다 빨리 오미크론을 발견한 남아공의 과학자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몇몇 국가들의 일방적인 여행금지 조치는 정말 부당합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조치는 과학에 바탕해야지 아프리카 공포증에 바탕해서는 안됩니다."

남아공 케이프 타운 의과대학의 명예교수인 스텐리 레스(Stanley Ress)는 야후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남아공 국민들은 전 세계의 대응에 대해 분노하고 있고 신뢰와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5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사망했고, 미국에서만 거의 80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반면 남아공에서의 사망자는 미국보다 훨씬 낮은 9만 명입니다.

바이러스의 변이를 촉진시키는 환경-미충족 욕구

한편, 미국 백악관은 오미크론이 염려 대상이긴 하지만 공포의 대상은 아니라고 하면서 백신과 부스터만이 오미크론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존스 홉킨스의 전염병학 교수인 스테판 베럴(Stefan Baral) 박사는 감염률을 낮추는 좋은 방법으로 교육과 정보의 부족과 같은 "미충족 욕구(환자들의 치료제가 없어 충족되지 않은 욕구)"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합니다.

"감염을 일으키는 요인과 변이를 일으키는 요인은 동일합니다. 따라서 핵심은 정곡을 찔러서 사람들을 확신시키거나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미충족 욕구가 무엇인지 찾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적으로도 전 세계적으로도 다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는 아주 중요한 지적인데요, 앞서도 언급했듯이 바이러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확산되는 백신 효과에 대한 의구심 또는 원활하지 않은 백신 공급으로 인한 낮은 백신 접종률 등이 바이러스가 진화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런 부족함 또는 미충족을 없애는 것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백신 접종률이 높은 편이긴 하나 워낙 가짜 뉴스로 지어진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백신 무용론이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퍼트리는 사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충족되지 않는 욕구는 정보의 부재에서 오는 것입니다.

공포에 대응하는 방법은 그 공포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극복하는 것이지 무조건 도망가거나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카더라'가 아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포스팅을 했는데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최신의 코로나 관련 뉴스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